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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스페인 여행] 스페인 국기 이야기

by PacoSpain 2024. 5. 22.

스페인 국기 그리고 역사

스페인 국기 (rojigualda)

 

우리나라 국기를 태극기라고 부르는 것처럼 스페인 국기는 "Rojigualda"라고 부른답니다. Roji는 빨간색, Gualda는 노란색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빨간색은 스페인을 지키기 위해서 흘려온 피를, 그리고 노란색(황금색)은 부를 말한답니다. 그럼 이제부터 국기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말해볼게요.

 

1. 두개의 기둥 (헤라클레스의 기둥)

 

스페인국기를 보면은 두개의 기둥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불리는 것인데, 예전 그리스/로마신화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세상 서쪽 끝을 갈 일이 생겼는데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아틀라스 산맥이라는 곳을 넘어가야 했습니다. 그 험준한 산맥을 넘기 싫었던 헤라클레스는 주먹으로 산맥자체에 틈을 내 버렸고, 이렇게 생긴 공간이 현재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에 있는 지브롤터 해협이 되었다고 합니다. 해협이 생긴 이후에 지브롤터에 있는 바위산과 아프리카 쪽에 있는 바위산(스페인 아프리카 식민지 Ceuta에 있는 Mount Hacho)을 이전 아틀라스산맥의 흔적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 둘을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부른 답니다.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이렇게 헤라클레스가 만들어 버린 바닷속 구멍으로 "아틀란티스 대륙" 이 빨려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스페인 지브롤터의 바위산 (유럽쪽 헤라클라스의 기둥)

 

스페인 쎄우따의 바위산 (아프리카쪽 헤라클라스의 기둥)

 

이렇게 서쪽 세상 끝에있는 헤라클레스 기둥 (지브롤터해협)을 두고, 예전 고대 유럽사람들은 "세상의 끝"이라고 불렀답니다. 그 유명한 단테의 신곡에서도 지브롤터해협을 "헤라클레스가 더 이상 나아가지 말라고 표시해 둔 경계선"이라고 표현하였고, 어떤 의미에서 지브롤터해협 서쪽 대서양은 유럽인들에게 미지의 영역 또는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허나 스페인 국기에 표시되어 있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자세히 보시면 "PLUS ULTRA (더 많이)"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이는 저 세상 넘어서 더 많은 곳을 개척하겠다는 15세기 스페인국왕 카를로스 1세로부터 명명되었답니다 (PLUS ULTRA를 먼저 적은 다음 신대륙을 발견한 건 아니고 신대륙 발견하고 넣었습니다 ㅎ).

 

2. 스페인 연합왕국

 

영국을 영어로 United Kingdom (연합왕국)이라고 부르지요? 스페인도 스페인어로는 Reinos Unidos De España (스페인 연합왕국)이라고 부른답니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왕국의 연합인 건 알겠는데, 스페인은 어느 왕국들이 있을까요? 스페인 국기 왼쪽 위에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까스띠야(Castilla), 레온(León), 나바라(Navarra), 아라곤(Aragón), 그리고 맨 아래 조그마하게 그라나다(Granada) 왕국, 이렇게 5개 왕국의 연합왕국이랍니다. 각 5개 왕국에 대해서 아주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까스띠야 왕국 국기

 

까스띠야 왕국은 현재 마드리드 지방에 거점을 둔 왕국으로서, 원래 레온왕국에 종속된 신하 관계였어요. 아랍인들에 대항한 Reconquista (국토회복운동)을 진행하면서 국력이 신장, 결국 레온왕국을 힘으로 복속하게 되었답니다. 나중 이사벨여왕 때 아라곤왕인 페르난도와 결혼하여 현재 스페인왕국의 기틀을 마련하였답니다.

 

레온 왕국 국기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역에 기반을 두었던 레온왕국은 어떻게 보면 현재 포르투갈과 형제 국가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레온왕국은 까스띠야왕국에 멸망하여 병합되었지만 포르투갈은 아직 있으니 어찌 보면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 이겠네요. 레온왕국이 있던 갈리시아지역에는 "갈리시아어"라는 지역 언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포르투갈어는 갈리시아어에서 분화되어 발전되어 왔습니다.

 

나바라 왕국 국기

 

나바라 왕국은 현재 스페인 동북부 바스크지방에 있던 국가예요. 이곳도 레온왕국이 있던 갈리시아 지방과 같이 바스크어(에우스께라어)라는 고유 언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유럽언어는 보통 라틴어/게르만어 계통 등 각 언어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수 있지만, 그 기원을 알수 없는 언어가 3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핀란드어, 또 다른 하나는 헝가리어, 그리고 마지막은 바스크어(에우스께라어) 이랍니다. 나바라 왕국은 아라곤 왕국에 병합되었고, 일부 지역은 현재 프랑스에 병합되었답니다. 그래서 현재에도 바스크어는 스페인과 프랑스 지방에서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아라곤 왕국 국기

 

아라곤 왕국은 현재 카탈루냐 지방에 있던 왕국이고, 스페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북부까지 다스리던 왕국이었답니다. 카딸루냐를 대표하는 도시로는 바르셀로나가 있습니다. 카딸루냐 지역에서 스페인어와 같이 공용어로 사용되는 언어로는 카탈루냐어가 있으며,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도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어요. 뭐랄까.. 이탈리어어, 프랑스어, 그리고 스페인어가 섞여있는 게 카탈루냐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라곤 왕국은 결혼을 통해 까스띠야왕국과 합쳐지게 되었고, 이렇게 아라곤왕국 과 까스띠야 왕국이 합해짐으로써 스페인 황금시대의 막을 올리게 되었답니다.

 

그라나다 왕국 국기

 

마지막으로 스페인국기 맨 아래에 표시되어 있는 문양은 그라나다왕국 이랍니다. 스페인 국토회복운동 (Reconquista)를 통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무슬림세력을 스페인 남부에서 몰아낸 뒤 카스띠야왕국이 해당 지역에 세운 부속왕국이었습니다. 그라나다 왕국의 왕이 카스띠야왕의 신하가 되는. 참고로 스페인 국토회복운동이 끝날 때까지 마지막 이슬람세력이 수도로 삼고 남아있던 도시가 그라나다랍니다. 그라나다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 다음 그라나다에 대한 별도 포스팅에서 이야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3. 스페인 그리고 합스부르크/부르봉 왕조

자 이제 스페인 국기의 문양이 하나 남았습니다. 스페인 중앙에 있는 백합문양은 스페인 왕가를 상징하는 문양이고, 이는 프랑스 부르봉 왕조를 상징하는 문양이기도 합니다. 엥? 스페인 왕인데 프랑스 부르봉 왕조라니 무슨 말이냐고요? 예 ㅎ 맞습니다. 현재 스페인 왕은 프랑스 출신 이랍니다. 현재 스페인 왕가인 부르봉 왕조가 들어오기 전에는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조가 스페인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조 시절 스페인 국기

 

여느 유럽왕조가 그렇듯이 왕가 간의 혈연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어,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왕인 카를로스 2세는 합스부르크 왕가 출신의 왕이었지만, 프랑스 부르봉 왕가 와도 혈연관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이라는 스페인/프랑스 Vs. 영국/오스트리아 간의 약 10년간의 전쟁이 끝나고,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가 스페인 왕위를 계승하게 됩니다. 위의 국기는 스페인 합스부르크왕가시절 국기로, 국기 중앙에 부르봉왕가 문양인 백합이 아니라, 합스부르크 왕가 문양인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스페인 국기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보았습니다. 재미있었기를 바라면 더 좋은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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